뚜루루루 어느날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에라야 6일날 밤비행으로 크컨(장거리 비행)갈래?"
" 좋죠! 떠나고 싶었는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어디로 갈까요?"
"정하고 알려줄게!"
그렇게 전달 받은 목적지는 산타바바라. SOCAL이였다. 학교 정책상, 교관님과 항상 동승하여 크로스컨트리 즉 장거리 비행을 다녔다. 허나 형과 나는 커머셜 자격증을 딴 이후였고, 난 교관과정이 끝나가는 시점이였기에, 학교 측에서 허락 해주신 것 같다.
산타바바라 현재 기상과 예보, IFR 항로 계획, 고도, 예상 연료 등등 확인을 하고 출발에 나섰다. 이날 나의 공항에서 산타바바라까지 배풍이 2~30kts 정도 되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공항과, 교관님 없이 간다고 생각하니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였다. 자가용부터 교관과정까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신뢰하기로 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두려움을 줄여 나갔다.
앞으로 곧 교관생활 할 나였기에 좋은 경험이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륙 직후 순항고도에 들어서자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수많은 별이 떠있는 고요한 밤 하늘 사이로 요즘 근황을 되돌아 봤다. 올 한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교관과정을 진행하면서, 슬럼프가 왔다. '시동건 이후로 단 한순간도 허투로 보낼 수 없고, 비행시간 값을 해야 한다.' 항상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와,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 더 나은 비행스킬을 가져야 한다. 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즉 "항상 발전해야 해!" 라는 강박관념이 교관과정 진행하면서 슬럼프로 이어지게 된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고민 하던 중 오클랜드 센터에서 문득 연락이 왔다.
"혹시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너네 비행기 흰색 배경에 빨간색 도장이야?"
"응 맞아 왜?? 뭐 혹시 잘못된거 있어?"
"그건 아니고 너네 항공기넘버 보니까 내가 예전에 훈련 받을 때, 비슷한 숫자들이 많았거든. 옛날 생각나서 혹시 맞나 싶어서 물어봤어"
"언제 어디서 비행한거야?? 아마 맞을 것 같은데 예전에 다른 비행학교에서 사왔다고 들었어!"
"떙떙 학교였는데 아직도 날라다니는게 신기하다."
이후 어떻게 관제사가 된건지, 만족은 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전비행 해~ 라는 끝으로 다른 주파수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 뒤, 어느 덧 접근 단계에 들어섰다. 바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긴장과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은 몸을 찌뿌둥하게 만들긴 충분했다. 접근 준비완료 후 강하에 들어가자, 산타바바라 어프로치는 우리에게 윈드시어 경고를 해줬다.
" 3분 전에 세스나가 랜딩할 때 short final에서 윈드시어 있었다고 보고해줬어 조심해. 그리고 산타바바라 ILS 7 접근 허가, 타워로 연락해!"
"윈드시어 보고 접수했고 ILS 7 접근 허가. 타워로 연락할게 고마워!"
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윈드시어??? 응???" 하자마자 바람이 난리쳤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이야~~~ 장난 아니네~ 우아~~" 갖갖은 감탄사가 나오면서 공항에 접근하였다.
" 1000ft에서 Visual로 전환하고, unstablized 되면 그냥 Go around 하자. 프로시저 알지? ATC는 내가 잡을게" 복행에 관한 절차를 상의한 뒤 ILS 접근이 시작 되었다.
" Localizer capture! Glide slope Alive!" 이후엔 이들은 불안정한 기류로 인해 춤을 추고 있었다.
"Check Localizer! Speed!" 기류가 쎄질 수록 우리 둘다 웃음기 사라지며 활주로와 정렬하려고 노력했다.
안전하게 랜딩하자 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어디로 갈꺼야?? 묻는 관제사에게 signiture aviation으로 가서 주차할게! 라고 말했다.
Class C 공항 답게 (청주공항정도 되려나?) 복잡한 활주로가 재밌었다. 항공사에 들어가면 이런 공항을 많이 다닐테니, 좋은 연습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당황하지 않고 활주에 즐거움을 주었다.
항공기 주기 이후에 FBO(휴계 및 주유시설)에서 주유 서비스를 요청하고, 차량을 빌려 인근으로 밥 먹으러 갔다.
산타바바라 signiture aviation
멕시칸 타코를 먹고 항공기에 다시 탑승했다. 돌아가는 길엔 산악지형이 있어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이 불안함은 이륙직후 현실로 다가왔다. 엔진성능이 떨어지는 항공기에, 터뷸런스는 항공기를 상승각도로 올려도 고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이패드로 가능여부를 계산하던 나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형 바다쪽으로 기수 돌려. 이거 도저히 못올라가. 순항고도까지 여기 근처에서 상승선회하다가 출발해야겠어."
"안그래도 말하려 했는데 저기 뭔가 능선이 보이는 것 같아. ㅋㅋㅋ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무섭네."
" ㅋㅋㅋ 진짜. 무섭긴하네.. 관제소에 연락할테니 계속 비행해 줘!"
등골이 서늘해지며 문득 최근 사고 사례가 생각났다. LA에서 우리 비행학교 출신 교관님의 사고소식인데, 밤 비행이였고, 여러가지 원인들을 추측하던 시점이였다. 잠깐의 인연이 있었던 분이라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 글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혹시 우측 사진 중앙하단쪽에 Ground spped 64kts가 보이는가? 출발할 때 도움 받은 30kts의 풍속은 돌아갈 땐 방해가 되어 비행시간을 늘려주었다. 흠... 올때와 비교하면 한시간 반정도 늘어난 시간이다. ㅋㅋㅋ 인생 참 공평하며, 공짜는 없다.
산악파로 인하여 기류가 매우 불안정하네~라고 생각했는데 강하하고 나서 보니 왠걸 터뷸런스 경고가 떴다. ㅋㅋㅋ 이륙 전엔 없었는데... ㅋㅋㅋ 예상도착시간 4시간이 찍혔을 때, 형이랑 나랑 좌절을 했다. 언제가냐고... ㅋㅋ 그래도 서로가 갖고있는 고민거리와, 앞으로 항공사에 어떻게 취직할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 덧 모공항에 가까워졌다.
장장 6시간의 비행이 끝났다. 약 220마일 400키로가 좀 넘는 초행길. 교관님 없이 학생 둘이 다녀왔다. 슬럼프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실낱같은 한 줄기의 희망을 보았다. '그간 고생이 헛되진 않았구나. 잘 배웠기에 안전한 판단을 할 수 있었고, 오늘의 경험이 더 나은 조종사로 성장시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간 또 슬럼프가 찾아 올 수 있다. 그치만 "더 큰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야. 조금만 더 참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뻔한 위로라고 나 또한 툴툴댔었지만. 지나고 보니 이보다 맞는 말은 없다. 나를 위해서 또는 이 글을 읽는 학생 조종사들을 위해 이번 비행에 관한 디브리핑을 하고,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조금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생택쥐페리의 글귀로 마무리하려 한다.
KSCK- KSBA 2024.11.08 (PST)
1. SCK에서 IFR pick up. RV 이후 DCT GVO then KSBA
2. APP FRQ가 준비한 것과 달랐던게 많았음. 그렇게 늦은 밤도 아니였는데.. (NORCAL, OAK Center 등 인근 공항 주파수와 달랐음. 밤에 어떻게 바뀌는지 알 방법이 있나 찾아보기.)
3. Airport Diagram 분석 잘했음. taxi instruction 달라졌는데 대응 잘함.
4. SBA Run up area 2군데 있는데 확인 잘할 것. 복잡한 공항이니, Hold short instruction, DP instruction이 다 있었음.
5. 항로가 산악지형 통과시 날씨와 함께 가능한지 잘 확인할 것. 최악을 대비하여 어디서 홀딩돌지 생각하기.
6. VFR or IFR Requirement fuel minimum 보다 Personal fuel minimum으로 하여 연료계획 잘 수립할 것.
7. 밤 비행+ 산악지형이다보니 특정 항로 단계에선 Emergency landing spot 찾기 힘들었음. 다음 planning시 항로 단계에서 인근 공항과 인접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 좀 더 마음 편하게 비행할 수 있을 듯 싶다.